일본 기업, 다시 도쿄行…올 3800곳 본사 옮겼다

입력 2023-11-12 18:18   수정 2023-11-13 02:50

코로나19로 도쿄를 빠져나간 일본 기업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올 들어 도쿄로 본사를 옮긴 기업이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1년 새 20% 넘게 증가했다. 대면업무 재개와 인력난, 도쿄 도심의 오피스빌딩 임대료 하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끝나자 ‘脫도쿄’ 주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국세청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총 3805개 기업이 본사를 도쿄로 이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2019년에 비해 28% 늘었다. 반면 본사를 도쿄에서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2021년 4457곳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회의 보편화 등을 배경으로 일본 기업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탈(脫)도쿄’ 움직임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고 대면업무 비중이 다시 커지면서 도심의 편리성이 재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의 도쿄 본사 이전이 두드러졌다. 도쿄상공리서치가 본사를 옮긴 기업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서비스 업종의 이전 사례가 1년 새 21% 늘었다. 부동산업과 소매업도 각각 13% 증가했다. 4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본사를 도쿄도 지요다구로 옮긴 인재파견 기업 쓰쿠이스탭은 “고객 기업이 도쿄에 집중돼 있는 데다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방 대도시에서 도쿄로 본사를 옮기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전한 기업이 306곳으로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아이치현의 본사를 도쿄로 옮긴 기업도 118곳으로 26% 증가했다. 세키 게이코 미쓰비시UFJ&컨설팅 수석연구원은 “경제활동 재개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더 큰 도쿄로 본사를 옮기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살아났다”고 분석했다.

인구 감소로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점도 도쿄 회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오피스 중개업체인 산코에스테이트의 이마제키 도요카즈 수석애널리스트는 “본사를 도쿄 고층 빌딩으로 옮기면 우수한 인재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도심의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내려가는 것도 지방 기업들이 도쿄로 진입할 기회다. 도쿄 도심에 대규모 재개발이 잇따라 공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부동산 중개회사인 미키상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도심 5구(지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시부야)의 공실률은 6.1%였다. 공급 과잉을 판단하는 기준인 5% 선을 33개월 연속 웃돌았다. 하지만 도심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정점이었던 2020년 7월에 비해선 14% 떨어졌다.
도쿄 집중도 어쩌나
기업들의 도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도쿄 집중도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일 기준 도쿄도 인구는 1410만 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1억2434만 명)의 10%를 조금 넘는다. 수도권에서 낮에 도쿄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를 합치면 약 1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2022년 도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09조6000억엔(약 956조원)으로 일본 전체의 20%를 넘었다. 네덜란드,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규모다. 2021년 도쿄의 세수는 7조7400억엔으로 일본 전체의 20%를 넘었다. 일본 상장기업의 50% 이상이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역대 일본 정권은 도쿄 집중도 완화와 지방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집중도 완화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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